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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도서/음반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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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공항을 읽다

2018년 05월

허태우 편집장

여행을 준비하고 마무리하기 위한 통과의례의 공간. 책을 통해 공항을 다시 생각해보다.

공항의 풍경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출도착 시간에 따라 사람들이 썰물과 밀물처럼 움직이고, 항공기는 굉음과 함께 이착륙을 거듭하며, 컨베이어는 쉴 새 없이 가방을 쏟아낸다. 거대한 국제공항 안에서 여행자는 원대한 상상에 사로잡히거나 아쉬운 추억을 되새긴다. 아마도 현대 사회가 만들어낸 가장 독특한 풍경. 공항을 읽는다는 행위는 이 모든 풍경 속으로 들어가 더 깊은 여행을 경험해보겠다는 의미다.

  • 인문학, 공항을 읽다
    크리스토퍼 샤버그 지음
    ‘에어포트 노블’이라는 장르가 있다. 공항에서 읽기 좋은 소설을 말하는데, 주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러나 서스펜스가 주를 이룬다. 왜일까? 엄격하고 폐쇄적인 공항에서는 유쾌하고 흥미로운 경험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줄 서기, 신분증 검사, 비행기 연착, 수화물 분실이 수시로 일어나는 곳에서 우리는 때때로 엄청난 인내심을 발휘해야 할 수 있다. 여행의 즐거움을 잊지 않기 위해,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착하기 위해 말이다. 문화 비평가인 저자는 모순 덩어리처럼 보이는 공항을 철저히 파헤치려 한다. 공항을 다룬 여러 소설과 영화, 음악은 물론 후기 구조주의자의 독법까지 동원한 고찰은 공항을 여행의 공간에서 비평의 텍스트로 바꾸고, 그 어느 장소보다 심각하게 생각하게 해준다.
  • 공항에서
    무라카미 류 지음
    이 단편집은 여행의 ‘설렘’과는 거리가 멀다. 제목과는 달리 공항을 배경으로 하는 글도 짧은 단편 하나뿐이다. 모두 일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 여행지에 대한 묘사도 없다. 게다가 8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너나할 것 없이 우울하고 아픈 시기를 겪었다. 저자의 설명대로라면 그들은 ‘근대화의 물결로부터 밀려났거나 홀로 남겨진 사람, 그리고 변화를 거부하거나 휩쓸린 사람들’이다. 다분히 무라카미 류다운 설정. 그래서 등장인물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희망이다. 소설 속, 공항에서 구마모토행 비행기와 연인을 기다리는 여인처럼 ‘미지의 세계를 향한 출발’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리라는 희망. 그 희망을 찾기 위해 공항에서의 등장인물처럼 때로 우리는 떠날 수밖에 없다.
  • The Art of the Airport
    Stefan Eiselin, Laura Frommberg, Alexander Gutzmer
    해외 여행 좀 다녀본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 공항 이름 대신 IATA 코드를 쓴다는 것. 따라서 인천국제공항을 ICN이라고 부르는 이는 자신의 여행담을 자랑하고 싶은 이가 분명하다. 표지에 21개의 공항 코드를 새긴 이 책은 그런 여행자에게 딱 알맞은 선물이다. TXL(독일 베를린 타겔 공항)부터 CDG(프랑스 파리 샤를르드골 공항)까지 21개의 공항을 소개하는데, 스펙터클한 공항 사진과 전개도 그리고 일목요연한 정보로 감탄을 이끌어낸다. 조지아의 산골 동네에 자리한 단출한 공항이든, 연간 5,000만 명이 넘는 이가 사용하는 뉴욕 존에프케네디 국제공항이든 어떻게 기능성과 심미성이 그리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놀랍기만 하다. 이 책을 덮은 후에는 공항이야 말로 동시대를 상징하는 건축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 A Week at the Airport
    Alain de Botton ; photographs by Richard Baker
    2009년 어느 여름, 알랭 드 보통은 영국 런던 히드로 국제공항의 초청을 받는다. 히드로 제5터미널 개관을 기념하여 첫 상주 작가 되어 달라는 것. 하여, 보통은 공항에서 일주일간 먹고, 자고, 숨 쉬며 그곳에서 듣고, 보고, 겪은 것을 글로 남긴다. 탑승 게이트 앞에 보란 듯이 집필용 책상을 두고 말이다. 일주일간 그의 취재 수첩은 ''상실, 욕망, 기대의 일화들, 하늘로 날아가는 여행자들의 영혼의 스냅 사진들로 점점 두꺼워졌다.'' 헤어지는 사람과 만나는 사람, 세관원, 파일럿, 캐빈 크루, 테러 방지 전문가, 사제, 활주로 검사원, 동유럽 출신 청소원 둥. 국제 공항에 얽힌 인간 군상을 통해 인식하는 공항은 하나의 독립된 우주 같다. 동행한 사진가 리처드 베이커의 작품으로 보는 공항의 이면 또한 무척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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