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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도서/음반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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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ional Recording Registry

2018년 04월

배순탁 평론가

국가 녹음물 등록소, 국가 기록물로 등재된 음악들

미국에는 National Recording Registry라는 게 있다. 해석하자면 ‘국가 녹음물 등록소’ 정도 된다. 이 곳에는 2002년 이후 매년 국가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여기는 녹음물들이 영구 등록되어 왔다. 관리를 맡고 있는 곳은 The Library of Congress, 즉 국회 도서관이다. 국가 차원에서 자국 문화의 역사를 보존하기 위해 ‘국가 녹음물 등록소’를 만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부족한 게 바로 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아카이빙’이 문화의 역사를 보존하는데 있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높으신 분들이 영 모른다는 게 아쉽다는 얘기다. 물론 사적인 차원에서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일단 물리적인 측면에서 한계가 있고, 경제 상황에 따라 휘청거릴 위험도 있다. 한 국가의 문화 아닌가. 국가 차원에서 반드시 해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National Recording Registry에 등록된 기록물들 중 일부를 밑에 공개한다. 참고로 여기에 등록되기 위한 조건은 culturally, historically, 또는 aesthetically important며 문화적으로, 역사적으로 혹은 미학적으로 중요한 작품이어야 한다. 음악의 경우, 싱글과 앨범을 가리지 않고 선정되며, 음악이 아닌 녹음물들도 많이 선정되어 Martin Luther King 목사의 ‘I Have A Dream’ 연설 같은 것 등이다.

  • I Never Loved a Man the Way I Love You
    Aretha Franklin
    1960년대에 흑인 음악은 알앤비에서 소울로 바뀌며 더욱 강렬한 면모를 드러냈다. Aretha Franklin은 바로 그 중심에서 흑인을 향한 ‘존경’을 외친 위대한 가수였다. 실제로 당시 흑인들이 행진할 때 이 곡을 함께 불렀다고 한다. 문화적으로, 역사적으로, 그리고 미학적으로 중요하지 않을 수가 없는 작품. 소울이라는 장르명 그대로, 흑인들의 혼이 녹아 있는 올-타임 클래식이자 명곡이다.
  • Born to Run
    Bruce Springsteen
    곡이 아닌 앨범 전체가 영구 등록된 경우다. Bruce Springsteen의 별명은 ‘보스(The Boss)’.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건 ‘누구의’ 보스냐는 점이다. Springsteen은 바로 미국 노동 계급의 보스로 불리는 뮤지션이다. 이 음반은 따라서 미국 노동 계급을 향한 응원가요, 헌사로 작동한다. 마치 영화를 찍듯 미국 노동 계급의 팍팍한 삶을 묘사한 이 음반을 통해 Springsteen은 록의 구세주가 되었다. 곡을 넘어 이 앨범 전체가 선정된 가장 큰 이유다.
  •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The Beatles
    1960년대를 넘어 대중음악 역사 전체를 통틀어 걸작 1, 2위를 다투는 이 작품이 등재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이 앨범이 미친 영향력은 거대하고, 또 거대하다. 거칠게 표현해 ‘랩’ 정도를 제외한 대중음악의 거의 모든 장르가 다 담겨져 있는 음반이라고 보면 된다
  • Nevermind
    Nirvana
    내가 아닌 미국의 평론가 Antony DeCurtis가 이 앨범의 수록곡 <Smells Like Teen Spirit>에 관해 쓴 글로 대신한다. 곡이 아닌 앨범 전체가 영구 등재되기는 했지만, 이 평론을 앨범 전체에 적용해도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것은 지금까지 내가 읽은 음악 평론들 중 가장 위대한 글이기도 하다. 나 같은 인간은 흉내낼 수조차 없는 어떤 경지. ''A political song that never mentions politics, an anthem whose lyrics can't be understood, a hugely popular hit that denounces commercialism, a collective shout of alienation, it was ''(I Can't Get No) Satisfaction'' for a new time and a new tribe of disaffected youth. It was a giant fuck-you, an immensely satisfying statement about the inability to be satisfied.'' ''정치를 언급하지 않는 정치적인 노래, 가사를 알 수 없는 찬가, 상업성을 비판하는 상업적 히트곡, 소외에 대한 집합적 외침. 이 곡은 새로운 시대와 그에 만족하지 못하는 새로운 젊음의 무리들을 위한 <(I Can't Get No) Satisfaction>(The Rolling Stones의 히트곡)이었다. 그것은 만족 불능에 대한 거대한 만족의 선언이었다.''
  • Songs in the Key of Life
    Stevie Wonder
    흑인 음악의 모든 것을 2장의 앨범에 다 담아낸 걸작. Stevie Wonder의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봉우리로 언급된다. 재즈, 소울, 펑크, 라틴, 클래식, 전자 악기들을 모두 아우르는 놀라운 장르적 다양성, 자신의 세계를 잃지 않으면서도 히트곡을 써낼 줄 아는 탁월한 감각, 당대 미국 사회의 풍경을 비판적이면서도 따스한 시선으로 묘사하는 자세까지, 뭐 하나 허투루 칭찬을 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하다. Elton John은 이 음반을 ‘어디에 가든’ 꼭 챙겨서 간다고 말했던 바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내 아이폰에서 가장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을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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