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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도서/음반 가이드

전문가의 도서/음반 가이드
걷고 난 후에 조금 더 알게 되었다.

2018년 04월

허태우 편집장

우리는 걷기 위해 여행을 떠났고, 길 위에서 생각하고 실천하며, 때로는 먹기도 한다.

온전히 나 자신의 힘을 빌어 마무리하는 여행. 걷기는 여행자의 육체와 정신을 어르고 시험하며 끊임없이 나아가게 한다. 오랜 시간 동안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기에 우리는 길 위에서 철학자가 되고 현자가 되는 것이 아닐까? 산티아고 순례길부터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까지, 지구상의 어딘가를 걸으며 써내려간 여행자의 일기들을 펼쳐보자. 길 위의 여행은 우리의 삶과 놀랍도록 닮았다.

  • 내가 걸어서 여행하는 이유
    올리비에 블레이즈 지음
    걷는 행위 자체를 직관적으로 통찰한 <걷기 예찬> 이후, David Le Breton이 펴낸 또 한 권의 책. <느리게 걷는 즐거움>은 동서고금의 걷기 예찬자를 끌어들여 완성한 사색의 모음집이다. Breton은 말한다. “걷기는 있는 그대로의 세상에 몸을 맡기면서 신성함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라고. 그의 표현처럼 Jean Jacques Rousseau, Friedrich Wilhelm Nietzsche, Bernard Ollivier, Matsuo Basho, Bruce Chatwin 등 당대의 내로라하는 작가는 여행의 길 위에서 신성한 감정을 맞닥트린다. 산책을 통해 얻은 창조적 영감, 기나긴 도보 여행을 통해 깨달은 작은 진리 혹은 땅을 내딛을 때 절감하는 육체의 한계를 통해서 말이다. 그 과정에서 경험한 사색은 이 책의 문장으로 남아 빛난다. 느리게 걷는 즐거움만큼 느리게 읽는 즐거움을 주면서.
  • A Food Lover's Pilgrimage to Santiago De Compostela
    Dee Nolan, photography by Earl Carter
    Jean Grenier 특유의 유려한 사색과 문장이 오롯이 스며 있는 대표작. 그는 섬을 묘사할 때 섬의 실체를 말하지 않는다. 마치 섬처럼 존재하는 인간의 고독과 관계를 이야기하고 홀로 걸으며 여행하는 존재를 그려낸다. 낯선 도시에 혼자서 도착하는 것은 Grenier만의 꿈이 아니라, 모든 여행자의 꿈이 아니던가. 완전한 여행 에세이는 아니지만, 책 곳곳에서 걷는 이가 체현한 보석 같은 잠언을 문득 발견할 수 있다. 이런 문장을 읽어보라. 당신이 어느 따사한 봄날에 골목을 걷다 마주친 잊을 수 없는 찰나가 고스란히 떠오를 테니까. 그리고 지금 당장이라도 밖으로 나가고 싶을 테니까.''나는 꽃 내음을 맡기 위하여 오랫동안 발걸음을 멈춘 채 서 있었고 나의 밤은 향기로 물들었다.''
  • Wild
    Cheryl Strayed
    그녀는 자신의 배낭을 ‘몬스터’라고 부른다. 4,285킬로미터의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에서 Cheryl Strayed의 어깨를 짓누르는 괴물. 스물 여섯 살의 나이에 도전한 PCT 종주는 Strayed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그녀가 미국 서부의 대자연을 걸으며 고백한 불우한 성장기와 아픈 사생활까지 보듬은 이 책은 기존의 도보 여행기와는 궤적을 달리한다. 가이드북도 아니고 소설도 아니다. 다만, 어느 책보다 여운이 오래 남는다. 길에서 마주친 온갖 역경이 저자의 과거와 교차하며 강렬한 자전적 이야기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PCT의 교훈은 단순했다. 고통과 두려움은 어디에나 있고 행복도 함께 한다는 것. 종착지를 향해 걷는 일은 결국 삶의 완주와 마찬가지라는 것. Strayed는 이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에 올랐고 PCT를 걷는 여행자는 더 늘어났다.
  • 장 그르니에 저
    순례길 여행의 전 세계적 유행을 선도한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 오늘날 매년 30만 명이 넘는 이가 이 순례길을 완주하는데, 대부분의 여행자는 당연히 걷기 위해 이 길에 들어선다. 산티아고 대성당까지 충실하게 걷고, 먹고, 잠을 청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만약 그중 누군가가 길을 잘못 들어 괜찮은 레스토랑에라도 방문했다고 하면, 상황은 돌변할 수 있다. 프랑스 남서부와 스페인 북부는 유럽에서 가장 풍요로운 식문화를 자랑하는 지역 아닌가. 바욘의 햄, 소금에 절인 대구, 리오하의 와인, 그릴에 구운 쇠고기, 동굴에서 숙성한 치즈, 대서양의 맛조개 등으로 만든 최고의 요리들. 하여,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는 식자재의 길이자 미식의 길이기도 하다. 저자 Dee Nolan은 애초부터 미식에 주목해 푸드 러버 스타일의 순례길을 완주했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의 역사와 요리를 다룬 해박한 서술이 돋보이며, 매년 여러 권의 도보 여행기가 쏟아져 나와도 이만큼 포만감을 선사하는 책을 찾기 어렵다.
  • 대한민국 대표 꽃길
    최미선 글
    프랑스의 소설가 Olivier Bleys는 마흔 살에 중대한 결심을 내린다. 전 세계를 걸어서 여행하겠노라고. 비록 그와 함께 의기투합했던 지인들은 모두 시작조차 못했지만, Bleys는 과감한 도전을 실천한다. 1년에 한 번씩 도보 여행을 떠나 언젠가는 세계를 일주한다는 프로젝트. 이는 사회생활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는 많은 도보 여행가가 택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렇게 저자는 6년 만에 프랑스 팡플롱을 출발해 헝가리 미슈콜까지 다다른다. 동시에 배낭도 제대로 싸지 못하고 쓰러져가는 텐트에서 잠자던 초보자는 돌발상황에 능숙하게 대처하는 걷기 여행 전문가로 거듭난다. 그도 길 위에서 조금씩 성장한 것이다. 저자와 비슷한 목표를 가진 걷기 애호가가 가이드로 삼기에 딱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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