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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도서/음반 가이드

전문가의 도서/음반 가이드
여행을 그리다

2018년 03월

허태우 편집장

봄날의 감성을 채워 줄 여행을 보고, 그린 책.

때로는 완벽한 구도로 완성된 사진보다 선과 색으로 빚어낸 그림이 여행의 감성을 깨운다. 숙성의 시간을 거쳐 작가의 시선을 담아낸 그림이라면 더욱 그렇다. 정성스런 작품을 넣은 책은 독자가 오래 읽기 마련이다. 디자이너, 건축가, 일러스트레이터가 여행에서 보고 느낀 것을 손으로 만져 그렸다. 따뜻한 섬세함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담은 책 네 권을 소개한다.

  • 여행의 공간
    우라 가즈야 지음
    이쯤 되면 집요함을 넘어서 병적이다. 작가는 호텔 체크인 후 방에 들어가자마자 측량부터 한다. 객실, 침대, 욕실, 욕조, 발코니, 책상, 창문 등을 바탕으로 세세하게 그리기 시작한다. 약 1시간 30분간 밖에 나갈 생각도 없이 말이다. 그렇게 완성된 한 장의 수채 평면도는 공간을 극히 아름답게 드러낸다. 1ml도 놓치지 않은 정교함은 물론이고 감상의 재미까지 선사하면서 말이다. 일본의 건축가 Kazuya Ura가 전 세계 유명 호텔 46곳을 직접 방문해 완성한 <여행의 공간>은 게스트룸에 관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같다. 다락방부터 럭셔리 리조트의 스위트룸까지 다양한 각 도시의 모습을 그린 일러스트레이션과 세세한 설명도 부가했다. 이 모든 게 작가의 태도와 어울려 지적 유희의 좋은 예를 선사한다.
  • 그래픽 USA
    지기 해너오어 엮음
    전작인 <그래픽 유럽>에 이어 이번에는 미국이다. 이 책의 엮은이 Ziggy Hanaor는 미국 전역에서 활동하는 빼어난 아티스트를 골라내 각자의 시선으로 도시를 소개하도록 했다. 결과는 한마디로 환상적이었다. 뉴욕, 포틀랜드, 앵커리지 등을 포함한 총 25개의 도시는 풍부한 문화적 자양분을 디자이너와 일러스트에게 주었고, 그들은 도시로부터 영감을 받아 독자의 눈을 즐겁게 만드는 작업을 완성했다. 아티스트 개인의 취향으로 선정한 문화공간, 레스토랑, 카페 등의 스팟 또한 평범함을 뛰어넘는다. 패키지 투어 상품에는 절대 나올 일 없는 비밀스러운 장소도 많다. 처음 읽을 때는 책의 구성이 다소 난잡하게 다가올 수 있으나, 보면 볼수록 도시에 숨은 영감의 모티브를 포착하게 된다.
  • 펜으로 그린 베이징
    왕천 지음
    이 책의 원제는 ''황도정화''. 풀이하자면 '황제가 있는 도시의 사실적이고 정성스러운 그림'이다. 혹은 베이징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정'을 지닌 화가의 그림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중국의 유명 삽화가인 저자 Wang Chen은 베이징을 끊임없이 그린다. 흑백의 그림들은 매우 담백하고 사실적이라 책을 읽다 보면 무수한 기억 속의 장면을 낱낱히 파헤치는 산책자의 기분이 든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유적과 건물은 본격적인 베이징 일러스트 여행의 시작에 불과하다. 외국인은 절대로 알 수 없는 베이징의 유명한 뒷골목 후퉁의 구석구석과 오래된 상점을 그린 페이지에 이르면 천년고도의 본모습을 알려야겠다는 의지마저 생겨난다. 저자의 기억 속으로 독자도 빨려들어갈 것만 같다.
  • 오사카 키친
    김윤주 지음
    간사이에는 왜 그렇게 맛집이 많은가. 오므라이스, 고로케, 오코노미야키, 라멘, 타코야키, 쿠시카츠, 가토 쇼콜라와 무스 케이크 등 말이다. 당신의 입에 축복의 맛을 내려줄 음식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작가는 오사카, 교토, 고베에서 이들을 섭렵한 후 소담한 일러스트로 표현해냈다. 작품 마다 동네 식당을 두루 찾아다닌 덕분에 정감이 넘친다. 자고로 이런 맛집이 생활형 맛집 아닐까. 외관에서부터 아우라를 풍기는 경양식집 같은 곳 말이다. 블로그에서 읽을 법한 호들갑스러운 극찬 일색이 아니라, 때론 냉정함마저 느껴지는 평가를 곁들여 오히려 더 믿을 만하다. 가로로 긴 판형의 핑크색 책의 외형 또한 달달한 디저트를 닮았다. 때문에 이 책을 읽은 후에 다다르는 결론은 '먹으러 가고 싶다'다. 실제로 여행할 때 사용해도 괜찮을 일러스트 지도도 첨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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