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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도서/음반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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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自國)을 향한 헌사

2018년 01월

허태우 편집장

영원한 영감의 원천. 일본부터 포르투갈까지, 자신의 나라를 재발견한 작가들의 진솔한 여행기

자신이 태어난 곳을 여행하며 쓴 글에는 자국을 향한 헌사가 스며들 수밖에 없다. 감탄에 휩싸인 짧은 형용사에도, 확신에 가득 찬 두 줄짜리 문장에도.
그것은 어느 이방인보다 깊고 솔직하게 써 내려간 여행기다. 오쿠다 히데오의 일본, Nikos Kazantzaki의 그리스, Fernando Pessoa의 포르투갈. 3명의 뛰어난 작가들이 남긴 자국 여행기를 펼쳐보자.

  • 항구 마을 식당
    오쿠다 히데오 지음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고 CP 컴퍼니의 옷을 고집하는 까탈스러운 작가 오쿠다 히데오. 그가 한 잡지사의 의뢰로 일본의 항구마을을 헤집고 다닌다. 일본인도 쉽게 가지 못하는 이면의 구석으로 말이다. 일등석에서 시작한 여행은 회를 거듭할수록 이등석, 단체실로 강등되고, 여행지는 혼슈(本州)에서 일본의 서쪽 끝 고토섬과 북쪽끝 레분도까지 이어진다. 아무래도 일본 항구 마을의 첫 번째 매력은 맛과 풍경이다. 풍부한 해산물과 지역 특산주는 여행자를 환희에 젖게 만든다. 바다를 배경 삼아 스시 한 점과 술 한 잔이면 여정의 노곤함은 쉬이 사그라들기 마련. 물론 그 기저에는 놓치지 말아야 할 숨결이 존재한다. 바로 미식을 전해주는 인정(人情)이다. 여행자를 대하는 항구 마을의 인정에는 존경심마저 솟는다. 그러니 불만을 거듭하던 히데오도 언제나 감탄과 감사로 여행을 마무리할 수밖에.
  • 모레아 기행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Nikos Kazantzakis는 이렇게 말한다. ''내 평생을 통해서 나에게 가장 큰 헤택을 준 것은 내 꿈과 여행이었다.''헬레니즘의 수호자처럼 그리스 문화를 토대로 언어를 조탁하는 그는 모레아 지역(펠로폰네소스의 옛 이름) 여행을 통해 문학 세계의 초석을 닦는다. 그리스 문명의 발상지는 그리스 출신의 거장에게 영감의 보고이자 굴레다. <모레아 기행 >은 이후 발표되는 Kazantzakis의 대표 소설에도 꾸준히 영향을 주었다. 몰락한 고대 그리스 도시 국가에 자리 잡은 풍경과 삶에 대한 섬세한 묘사는 여행기를 정오의 태양처럼 빛나게 한다. 이는 방대한 그리스 신화와 맡물려 펠로폰네소스를 이야기의 신전으로 탈바꿈시킨다. 마치 눈앞에 수천 년 역사가 펼쳐지듯, 크레타 섬의 태양이 작렬하듯 이 여행기는 압권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법하다. 독자는 어느새 그리스 문명의 현장을 바투 거닐게 된다.
  • 페소아의 리스본
    페르난두 페소아 지음
    ''눈부시게 아름다운 경치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쭉 늘어선 일곱 언덕 위로, 들쭉날쭉 튀어나온 다채로운 건물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리스본이라는 도시를 이룬다.'' 마치 리스본에 첫발을 들인 여행자의 시선으로 시작하는 <페소아의 리스본>. 이 책은 100여 년 전 리스본을 세밀하게 복기하는 가이드다. 불안과 고뇌를 파고드는 Pessoa의 여타 작품과 달리 원제인 <Lisbon: What the Tourist Should See>에 매우 충실하다. Pessoa는 능숙한 산책자처럼 광장과 골목, 언덕, 수도원, 레스토랑, 상점, 미술관 등 리스본을 샅샅이 살핀다. 책 속에서는 하루 동안의 여행이나, 이를 따라 시간에 맞춰 둘러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1세기가 지나도 작가의 시선을 사로잡은 풍경과 장소는 그대로다. 테조강(Tejo River)를 출발해 알파마(Alfama)부터 모라리아(Mouraria)까지, 여행자의 발걸음은 매혹에 끌려 오랜 시간 멈출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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